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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기후위기 관점에서 농업재해 대책 마련해야 최고관리자 / 2023.08.01

 

 

 

이번 장마에 ‘집중호우’를 뛰어넘는 ‘극한호우’가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 백 년에 한 번 내리는 호우를 기준으로 쌓은 제방이 속절없이 무너져 범람하고 산사태가 마을을 덮쳐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상식과 경험, 예상을 넘는 큰비와 날벼락처럼 닥친 재해를 목격하며 할 말을 잃게 된다. ‘기후재난’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비에 농민들이 입은 피해가 크다. 농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7월 10일부터 내린 비로 농지 3만1000ha가 잠기고, 35ha의 시설물이 파손되었다. 또 폐사한 가축이 69만3000마리에 달한다. 차량과 농기계 침수 피해도 크다.

농민들은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비를 맞으면서도 논두렁을 살피고, 밭작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묶어준다. 빗속에서 포도 봉지를 씌웠고, 비를 머금고 떨어지는 복숭아, 자두를 골라내고 성한 것을 추렸다. 잠시 비가 그치자 금세 폭염이 기승이다. 농민들은 무더위 속에서 병충해를 방제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빗물에 잠긴 논밭은 병충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축사에 전염병이 돌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가뜩이나 힘든데 하늘도 도와주지 않는다’. ‘갈수록 힘들어지니 내년에도 농사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맞닥뜨리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 이번 수해뿐 아니라 봄 냉해, 태풍과 폭염, 북극 한파 등 기록을 깨며 등장하는 새로운 양상의 기후 사건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것이다.

농축산물 피해는 식량 부족,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매년 장마가 지면 밥상 물가가 치솟는다는 뉴스가 등장했고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과채류 주산지, 엽채류 시설 지역 피해가 심각해서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농민들의 먹거리 생산 위기와 도시 하층민들의 먹거리 소비 위기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기후변화는 농민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이는 전 국민의 식량 안보를 저해한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2021년, 건체중 기준)은 18.5%에 불과하며 식량자급률 또한 40.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식량 안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은 듯하다. 총인구 대비 4.3%밖에 안되는 농가인구가 전 국민의 식량 안보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정부의 농산물 수입 기조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6월에 “농축산물 생산량 감소, 재고량 부족에 따른 단기적인 수급 불안”이 우려된다며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감면을 확대하기로 했다. “7월 행락철 및 9월 추석 도소매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물가가 오르기도 전에 농산물 수입이라는 선제적 대응을 펼친 것이다. 농민들이 인력 부족, 유류비를 비롯한 생산비 증가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아쉽다. ‘수입으로 밥상 물가 잡기’ 정책은 기후 재해의 고통을 농민에게 일부 전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집단인 농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눠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기후위기로 식량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식량자급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 잦은 기후재해로 발생한 농축산물 피해를 현실적으로 보상해 농민들이 어려운 여건이나마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이와 관련해 현재 농민들이 기댈 수 있는 정부 대책은 재난복구비 지원과 농작물재해보험이 있다. 그런데 재난복구비는 생산비의 일부를 보전할 뿐 현실적인 보상책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이다. 농민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농작물재해보험이다. 그러나 이 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신뢰도가 크지 않다. 보상수준이 낮고 할증률이 높아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현장 실사가 제때 객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보험사에서 고용한 손해평가사가 손해사정을 하는 과정에서 명백한 피해조차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정부가 발표한 「제1차 농업재해보험 발전 기본계획(‘23~‘27)」을 보면 향후 5년간 정부는 보험 대상을 확대하고 보험가입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이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현실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재해보장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손실 중심의 피해보상책을 넘어서, 기후변화의 특성을 반영하는 재해대책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는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재난형 손실을 불러올 뿐 아니라 가뭄, 토양 황폐화, 운무, 생물 대발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환경을 지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다. 즉 기온상승으로 인한 주산지 재배지 변경처럼, 기존의 자연재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피해는 기존의 손해사정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으며, 보험 제도로 보상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지금 ‘상식과 경험을 넘어서는’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인가? 재해보험 그 이상의 재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 정숙정 기자,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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